(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시어머니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넘어지셔서 아침부터 병원에 전화를 돌려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어요."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선병원에서 만난 조모(56·충남 거주)씨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119에 연락했더니 장거리 이송은 어렵다고 해 직접 모시고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공의 집단이탈 나흘째인 이날 350여개 병상을 갖춘 2차 의료기관인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에는 오전부터 진료받으러 온 내원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광고정형외과, 신경외과 간호사들은 예약일에 맞춰 병원을 찾은 기존 환자와 신규 내원 환자들로 붐비자 환자 대기석까지 나와 안내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안내 중이던 한 간호사는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데 엊그제부터 계속해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순번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진료 차질이 가속화하면서 그 여파가 하급병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불안감을 호소했다.
충남 공주의 한 요양원에서 유성선병원으로 통원 치료를 나온 윤모(62)씨는 "무릎 골절로 한 달 전에 수술받으러 왔을 때보다 오늘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계속 치료를 받으러 와야 하는데 앞으로 진료가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자와 동행한 요양보호사 이모(64)씨는 "요양병원에서도 계속해서 전화로 통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난리"라며 "상급종합병원은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아니면 아예 안 받고 있어서 장기화하면 어르신들 치료에 차질이 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당장 일상적 진료와 수술에 차질이 생길 만큼 환자들이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상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퇴원 환자와 보호자가 2차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며 "최선을 다해 수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공의 집단이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일 0시부터 21일 오전 9시까지 소방당국에 의해 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9명으로 1주일 전 같은 기간(13일 0시∼14일 오전 9시) 5명에 비해 80% 증가했다.
대전지역에서는 이미 소방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이송 지연사례는 모두 5건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정신질환을 앓는 20대 환자를 구조해 대전지역 종합병원 8곳에 이송 가능 여부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의료진 부재, 진료·연결 불가를 이유로 거부됐다.
21일 오후 3시께 고열 증상으로 119에 신고가 접수된 70대 환자는 의료진 부재, 병상 부족 이유로 입원이 거부되다 1시간 23분 만에 지역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전에서는 지난 22일까지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506명) 가운데 81.4%(412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246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대부분 복귀하지 않고 있다.
coolee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2/23 14: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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